-
-
배반
폴 비티 지음, 이나경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대학에 들어가서 놀란 것은 지방출신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니 굳이 이곳에 올 이유가 있나? 각 지역마다 국립대학도 있고 사립대학도 있는데. 경영학과나 물리학과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생각해보면 난 정말 순진했고 달리 보면 진짜 멍청했다. 야, 이 바보야, 간판이 다르잖아, 간판이.
흑인이 되어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그들이 알게 모르게 차별을 겪는건 알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인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막연했던 내 감정은 미국에 가서야 확실해졌다. 아무리 평등사회라고 해도 엄연인 인종차별이 있었으며 그 벽은 상상이상으로 견고했다. 역설적으로 더욱 강력하게 금지하는 법과 제도를 갖추고는 있었지만.
인종이라는 콘크리트 장벽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우위에 선 자가 다가가는 방법도 있지만 약자가 자신을 놓을줄도 알아야 한다. 곧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자기 비하도 재미있게 응용할 줄 알아야 한다. 흑인이 스스로를 니그로라고 부르는 식으로.
<배반>은 인종분리를 유쾌하게 비꼬고 있다. 문장은 마치 리듬이 느껴지는 것처럼 흥겹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이렇게라도 풀지 못하면 이런 사회에서는 살아가기 너무 너무 힘들단 말이야, 라고 하소연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