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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애플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7
마리 유키코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온전한 세상에서 미친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그들은 제외되거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유폐된다. 그러나 반대로 사회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면 정상적인 사람은 도리어 적응하지 못한다. 문제는 세상이 미친건지 내가 돌아버린건지 알 수 없는 상태일 때다. 마리 유키코는 그 칼날같은 경계에 서서 위험천만한 곡예를 펼친다.
<골든애플>은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중세 또한 제각각이라 딱 부러지는 대응방안도 없다.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건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차고 넘치며 스스로 조차 약간은 그런 증세를 보인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매일 같은 시각 한 지하철역에는 불만섞인 전화가 걸려온다. 청소상태가 불량이다. 광고판 소음이 크다. 질서요원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응대를 하지만 나중에는 역무원들도 지쳐버린다. 대체 누구냐? 미친놈 아니냐? 알고보니 그녀는 대학교수였다. 사회적으로 멀쩡한 직업을 가진 인간이 스토커같은 짓을 한 것이다. 어떤 서비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피해자임을 강조하면 부당한 불만을 호소하는 일종의 클레이머였다. 이들은 병적으로 지적을 하거나 혹은 보상을 노리며 공갈을 치기도 한다. 앞에서 소개한 교수는 전자에 해당한다.
작가는 평가하는 직업이 아니다. 보여주어야 한다. 세상에는 이런 미친 사람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의심하지 않는다. 고칠 수도 없다. 그러나 알아야만 한다. 언젠가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가 생길 때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히 소설이 아니라 현대사회의 병리를 날카롭게 분석한 보고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