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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크로즈 - 배들의 무덤, 치타공의 철까마귀
김예신 글.그림, 박봉남 원작 / 서해문집 / 2017년 7월
평점 :
지금은 잊혀졌지만 한 때 잘 나갔던 감독 중에 배창호씨가 있다. <깊고 푸른 밤>, <우리 기쁜 젋은 날> 등 천년들의 마음을 담아낸 감각적인 영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갑자기 대가시늉을 내며 롱테이크 흉내를 내다 쫄딱 망해버렸다. 왜 좀 인기를 얻는다 싶으면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고 예술 운운하는지 안타깝다. 그의 팬이었기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배창호 감독의 초창기 작품가운데 <철인들>이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일종의 계몽영화다. 그는 대충 만들어도 되는 영화임에도 최선을 다했다. 철을 다루는 거친 노동자들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아이언 크로즈> 겉표지를 보고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시간과 장소만 바뀌었을 분 피땀눈물이 어우러지는 전투적인 노동을 기대했다. 그러나 휴머니즘을 벗어나지 못한 소박한 시선에 신경질이 났다.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얄팍한 감상주의가 느껴져서다. 돈을 적게 받든 가난하든 중요한건 노동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이다. 따스함으로 위장한 얄팍한 도움의 손길은 부록이나 각주에라도 싣지 말아야 했다. 그런 시각이야말로 노동자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마치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 국민들을 바라보면서 안쓰러워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