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버드 케이지>의 한 장면. 더 멋진 스틸도 많았지만 왠지 이 사진에 끌렸다. 다정함을 감추고 괜히 서먹하게 보이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제목인 <새장>이 떠올라 안쓰러웠다. 제한된 공간에서 그것도 잠긴 곳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성소수자들만이겠는가?
난 밤새도록 춤을 출 수 있어요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심지어 죽고 나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새 시대를 열었다면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과소평가된 사람가운에 대표적인 인물은 홍석천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 동성애를 최초로 사회로 끄집어냈으며 그 대가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 요식업으로 성공을 거두고 다시 방송에 나오게 되었다고 해서 그가 받은 고통이 상쇄되지는 않는다. 언젠가 홍석천을 모델로 하는 영화나 다큐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버드 케이지>는 동성애 영화다. 플로리다에서 퀴어들을 출연시키는 바를 운영하는 알먼드. 그에게는 알버트라는 연인이 있다. 그는 혹은 그녀는 쇼 무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인공이다. 그렇게 별 탈없이 자신만의 세계에 안착해 평화롭게 살아가던 어느날 아들이 폭탄선언을 한다. 결혼할 여자가 생겼다고. 게다가 장인이 될 사람은 보수 꼴통 상원위원. 도저히 맺어질 수 없을 것 같은 관계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알먼드는 아들을 위해 잠시 남자행색을 하기로 한다. 곧 상견례때까지는 정상적인(?) 사람처럼 굴기로.
그러나 작전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우여곡절 끝에 사실은 드러나지만 중년 호모의 아들과 극우 정당 리더의 딸은 결혼을 하게 된다. 사실 결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무리 개방된 미국이라고 해도 성소수자는 을의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으니. 한가지 위안은 예술적 가치에서만큼은 언제나 소수가 맨꼭대기에 올라있다는 것. 이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진리다. 만약 그들이 다수가 된다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참고로 호모 클럽 사장을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와 그의 애인으로 나온 네이슨 레인의 호흡은 기가 막히다. 둘이 진짜 동성연애아임은 물론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모를 정도로 죽이 척척 맞는다. 상원의원을 연기한 진 핵크먼도 적역을 맡아 능력의 최대치를 보여주었고 부인 역의 다이앤 위스토 두말하면 잔 소리. 진지하면서도 흐뭇하게 그리고 음악이 곁들어져 즐겁게 볼 수 있는 신나는 호모 가족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