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가게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적이 있다. 당연히 의도를 갖고 들은 건 아니다. 자연스레 들려왔다. 자리를 옮길까 하다 귀찮아서 이어폰을 끼려는데 흥미로운 대화가 불쑥 튀어나와 나도 모르게.
"이번 봄방학때 나 태국 가?
"왜, 거기 덥지 않아? 귀찮게"
"아니, 그냥"
"너 효도관광 가는구나."
풋, 하고 웃고 말았다. 화가 난다기보다 귀여웠다. 아마 부모들도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빵 터졌을 것이다.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는 마스마 미리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책이다. 가족의 소소한 일상이야말로 누구나 공감이 가능한 주제니까. 70이 넘은 나머지와 68세의 어머니, 그리고 40이 된 딸이 함께 산며 뭐 그리 대대한 이야기가 나올까 싶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이따금 눈물이 찡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