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증
마리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박하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빼어난 소설가라도 데뷰작은 뭔가 어슬프기 때문이다. 도리어 처음부터 완벽하면 저주가 따라 붙는다. 마치 영화 감독 오손 웰즈처럼.

 

<갱년기 소녀>가 순화된 아줌마 판타지였다면 <고충증>은 하드 보일드 미시걸이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동네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고 나오는 길에 쇼핑을 하는 착실한 여인네가 일주엘에 세번씩 번갈아가며 남자와 섹스를 한다. 서로 겹치지 않게 룰을 정내놓고. 그중에는 고등학생도 있다. 와우, 이거 정말 끝내주는 걸.

 

이것이 끝이 아니다. 성병에 걸려 범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진다. 이쯤되면 막말로 혼이 쏙 빠지는 전개다. 어떻게 처음 쓴 소설이 이럴 수가 있지? 벌써부터 마리 유키코이 매력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덕분에 올 겨울은 추위도 잊고 흠뻑 책에 빠질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