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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의 고양이일기 욘&무
이토 준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2월
평점 :
이토 준지의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이 에세이 만화를 보고 다소 의아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공포의 끝을 보여주던 작가가 엄청 웃기는 캐릭터로 독자를 유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말 선전문구대로 무서움과 유머는 한 끝차이인가?
사람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면 편견에 휩싸이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를 무서워했다. 에드가 알란 포의 <검은 고양이>라는 단편이 큰 영향을 끼쳤다.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시체를 고양이까지 함께 시멘트로 발라버리는 바람에 발각된다는 이야기다. 정말 구미호 저리가랄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군대 가기전 우연히 고양이를 석달 정도 키우면서 생각이 확 바뀌었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립적인 생활을 해나가는게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강아지는 비호감이었다. 지나치게 주인에게 의존적인 생활을 하는 왜완용 개는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개한테 한번 물리기도 해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최근 어머니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동생이 데리고 있던 갠데 아무래도 아파트먼트 고층에 살고 아이가 입시다 보니 부담이 되어 잠시 맡긴다는게 그만 눌러앉고 말았다. 가끔 가서 보긴 했지만 처음엔 시큰둥했다. 그러나 점점 익숙해지다보니 이제는 어머니를 뵈러 가는지 강아지를 만나러가는지 헷갈린다. 어머니께서 무릎이 좋지 않으셔서 개를 데리고 나가기 힘들어 지면서 이제는 내가 가면 합께 바깥에 나가자고 꼬리를 치며 안긴다.
이토 준지도 나와 같았다. 아내가 데리고 온 고양이가 달갑지 않았다. 게다가 외로울까봐 한머리 더 입양까지 하면서 걱정은 더해갔다. 집에서 만화를 그리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기우였다. 왜 고양이를 키우면 집사가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렇게 좋은 소재까지 제공했으니. 고양이들에게 보너스라도 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