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드래프트 1순위 발표 현장. 누가 되느냐에 따라 팀의 운명이 갈리는 살떨리는 순간이다.

 

프로미식축구 팀 단장,

끝내주게 재미있는 극한 직업

 

한 때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캐빈 코스터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그중에서도 <언더월드>는 최악이었다. 더 이상 밑바닥이 없을 것 같았던 그이지만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작품선정의 문제인지 아니면 본인 스스로의 슬럼프가 길어졌는지. 그렇게 서서히 잊혀질 날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던 그가 다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근작 <히든 피겨스>에서 공학박사 역을 맡아 심각한 주제의 영화를 흥미롭게 이끄는 조정자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었다. 그러나 주조연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살짝 가려진 측면이 있다. 그런 아쉬움을 가진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드래프트 데이>.

 

미국프로축구 신인선수를 선발하는 날. 각 팀 단장들의 머리는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어떤 플레이어를 뽑느냐에 따라 짧게는 일년 길게는 십 년 이상 팀의 성적이 좌지우지된다.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캐빈도 마찬가지 처지다. 유명 선수 출신 감독의 아들이라는 후광으로 단장자리를 꿰차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다. 설상가상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혀 자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기껏 새로 모셔온 우승 청부사 감독과의 사이도 악화일로다. 게다가 이혼 후 직장에서 사귀게 된 여성 비서와도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간다.

 

드디어 운명의 날. 여기저기서 압력이 들어온다, 우선 구단주. 무조건 공격수를 뽑으라구. 감독. 왜 나와 상의를 안하는거야. 스카우터들. 분석자료를 읽어보시기는 했나요? 자칫 잘못하면 혼자 뒤집어쓰기 딱 좋은 상황이다. 그러나 즐겨야 한다. 끝내주게 재미있는 극한 직업인 단장직을프로선수 선발대회라는 단 하루의 일을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나간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코스트너도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거린다.

  

덧붙이는 말

 

인천에서 살 무렵 나는 에스케이 와이번스 프로야구팀 팬이었다. 토박이는 아니지만 기왕 살게된 곳의 연고팀을 응원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아무튼 당시 깜짝 놀랄만한 드래프트가 있었다. 인천 동산고 출신의 류현진 선수가 지명을 받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부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고등학교 대표 좌완 투수였는데. 대신 들어온 선수는 이재원 포수였다. 물론 이재원도 좋은 선수지만 아무리 그래도. 결국 스카우터들의 판단이 틀렸음이 드러났다.

 

한화 이글스로 간 류현진 선수는 첫 해부터 한국프로야구를 싹쓸이 하더니 급기야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영화 <드래프트 데이>를 보며 만약 내가 당시 단장이었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보았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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