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0일 일요일. 평소처럼 수영을 마치고 도서관에 들렀다. 책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몇 권을 빌렸다.동네 근처 공원에서 걷듯이 설렁설렁 30분 정도 뛰고나서 편의점에 가서 커피와 호빵을 사서 벤치에 앉아 먹은 다음 기독교방송을 들으며 다시 런닝을 한다. 기독교인이어서가 아니라 도진기 변호사의 '죄와 벌' 때문이다. 실제 사건을 예로 들어 이런 저런 상황을 법적으로 때로는 심리적으로 해석해주는데 매우 흥미롭다. 참고로 방송시간은 일요일 저녁 7시에서 30분 사이다. 이 코너를 듣고 나면 뜀뛰기를 멈추고 바로 집으로 간다. 근 석달동안 매주 일요일이면 같은 패턴으로 살고 있다.
오늘은 약간 예외가 있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다가 채널 돌리기가 귀찮아 저녁 8시부터 시작하는 <정유미의 에프엠 데이트>를 청취하게 되었다. 딱히 호불호가 없는 터라 별 기대없이 들었는데 디제이가 첫 멘트에서 내 생각과 같은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 물론 작가가 써 준 내용이겠지만. 사연은 이렇다. 주말에 연이틀 소개팅을 하게 된 여인. 두 남자 모두 괜찮은 외모에 직장도 번듯해 마음에 들었는데 왠지 들 중 한 사람에게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유를 알고보니 토요일 남은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말에 호응하며 '그리고'를 자주 사용한 반면 일요일 남은 '그런데'를 남발하였다. 곧 전자는 긍정, 후자는 부정의 느낌을 전해준 것이다.
나도 같은 경험이 있었다. 직장 후배 여성이 말끝마다 '근데'를 계속 말해서 듣는 내내 괴로었다. 딱히 악의가 없다는 점에서 뭐라 하기도 그랬다. 일종의 습관인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조직생활에서 반대를 일삼는 표현을 일삼는 사람은 버티기 어렵다. 결국 그 여성은 사표를 냈다.
연예인들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개그맨 신동엽씨가 대표적이다. 재치있는 입담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솜씨가 빼어난 점은 인정하지만 그가 말할 때마다 붙이는 상투어 때문에 불편하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든 '아니, 그런데'라고 대꾸한다. 하도 심해 한 방송(수요미식회)에서 몇번이나 그런 말을 하는지 세어본 적도 없다. 결과는 세상에나.
본인은 화제전환용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나를 부정적으로 대하는 느낌이 든다. 게시판에 직접 문제제기를 한 적도 있는데 고쳐지지 않는 것을 보면 무시한 듯 싶다. 아니면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든지. 누군가는 뭘 그렇게 까다롭게 구나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뭐 싫으면 안보고 안들으면 그만이지. 실제로 그가 나오면 바로 리모컨 버튼을 눌러 다른 채널로 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