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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가와 이토는 내가 싫어하는 일본 작가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 우선 소재 자체가 특유의 장인 문화를 다루고 있으면서 섬세함을 가장하여 보수적인 가치의 우월성을 공공연이 내세운다. 전통가치를 중시하는 우파들에게 딱 좋은 얼굴마담이다.
그럼에도 그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글을 잘 쓰기 때문이다. 속내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이토록 치밀하고 정교하게 자로 잰 듯이 마음을 후벼파는 소설가는 매우 드물다. 데뷰작 <달팽이 식당>에서도 이러한 장기는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인도 남자와 함께 살던 여주인공. 어느날 살림을 몽땅 들고 달아나버리자 미련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아 유품처럼 간직해온 겨된장을 품에 안고.
자, 이제 이야기는 신파의 고개를 넘나든다. 당연히 식당을 열었을 것이고 희노애락의 쓰나미가 몰려오겠지. 아 그런데 어찌도 이렇게 뻔한 이야기가 이다지도 재밌단 말인가? 첫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대가의 반열에 올라선 매우 드문 경우다. 보다 완숙해진 <츠바기 문구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