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러빙 빈센트>의 한 장면
유명인의 요절은 늘 화제의 중심에 오르기 마련이다. 게다가 사후에 더욱 알려진 사람이라면 더욱 더. 반 고흐만큼 이 조건에 딱 맞는 예술가도 없다. 살아 생전 8년 동안 약 8백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지만 팔린 것은 단 한 장. 그것도 동생이 판매상을 대행하여 얻는 억지에 가까웠다. 죽음 또한 비참했다. 총기 자살. 한 쪽 귀를 잘라 창녀에게 갖다 준 사건에 비하면 도리어 얌전할 정도였다.
고흐의 편지를 배달했던 우체부의 아들은 아버지에게 제안을 받는다. 그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가족에게 전해주라고. 그러나 이미 동생마저 사망하고 이제 남은 건 고흐의 제수씨뿐. 롤랭은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흐의 발자취를 찾아가다 점점 의심에 빠져든다. 자살한 게 맞나? 미심쩍은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가 총을 쏜 현장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편지 내용으로 볼 때 고흐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도리어 의욕이 불타고 있었다. 고흐를 줄곧 놀리던 르네, 그를 후원하지만 딸과 사귀겠다고 선언한 고흐를 못마땅해했던 의사, 동네의 반 미치광이 등 모두가 용의선상에 올라 극적 긴장감을 더해간다.
영화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고흐가 왜 불멸의 화가인지를 보여준다. 100여 명이 넘는 화가들이 참여한 화면은 매순간 살아서 꿈틀댄다.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이 낳은 위대한 성과다.
덧붙이는 말
계속 김광석이 떠올랐다. 그의 돌연한 죽음은 아직까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심지어는 김광석의 사망을 둘러싼 다큐까지 나왔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설령 범인이 있었다고 해도 그의 위대함이 손상되는 건 아니다. 물론 진실이 밝혀진다면 더 좋겠지만 보다 중요한건 잊지 않고 그의 노래를 꾸준히 들으며 예술의 영원성을 칭송하는 일이다. 고흐도 그걸 바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