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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George Winston - December [Digipak]
조지 윈스턴 (George Winston) 연주 / Valley Entertainment / 2014년 12월
평점 :
올해도 어김없이 12월이 돌아왔다. 때이른 추위탓인지 벌써부터 겨울 분위기가 물씬 난다. 언제부터인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되고 말았다. 특히 2월달 말쯤이 가장 견디기 어렵다. 어서 빨리 지긋지긋한 터널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했다. 꽃피는 봄도 필요없으니 바로 더위가 찾아와서 반바지만 입고 돌아다니다 동네 계곡에 첨벙하고 몸을 담고 헤엄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희한하다. 나이가 들수록 여름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조지 윈스턴의 <12월>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정직하게 말해 그의 음악은 적어도 내게는 기피대상이다. 뉴에이지라는 폼나는 이름 뒤에는 듣기 좋은 멜로디 라인만 골라 수록한 팬시 음악이라는 사탕발림이 숨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지는 새로운 장르의 대중화에 큰 공헌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엘리베이터 음악이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곧 호텔 승강기 같은 것을 타면 흘러나오는 사운드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빼어난 음악은 어디서나 송곳처럼 튀어나오게 마련. 뉴에이지 분야에서도 무수한 음반이 발매되었지만 조지 윈스턴은 여전히 굳건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82년 처음 제작했으니 무려 30년이 지났는데.
어김없이 월요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작은 갈등 끝에 두달만에 길렀던 머리카락을 동네 이용원에서 잘랐다. "어떻게 해드릴가요"라는 물음에 바로 "바짝 잘라주세요"라고 답했다. 그는 "네"라고 말하고 나서는 아무 말 없이 여느때처럼 셈세한 가위질로 조금씩 조금씩 베어나갔다. 마치 짙푸른 숲을 헤쳐나가듯이. 이윽고 숱많던 머리가 짧게 치겨세운 스타일로 바뀌자 순간 "아"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미니자판가의 밀크커피를 뽑아 들고나서 계산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칼바람을 맞았다. 너무 짧게 자른게 아닌가 하는 약간의 후회가 들었지만 "뭐 어때? 정신 번쩍 들고 더 좋네"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어서 빨리 집에 가서 조지 윈스턴의 디셈버를 듣고 싶었다. 커피를 홀짝 거리며 총총 걸음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서곡(Prelude)"을 좋아한다. 길고 험난한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자연에 전하는 위로의 인사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역시 또 들어도 좋다. 그런데 캐논 변주곡의 피아노 버전이 오늘따라 더 내 마음에 와닿은 이유는 뭘까? 음반은 어느새 신나는 "홀리 앤 더 아이비"로 치닫고 있다. 곧 "평화"가 다가오는 것도 모른채. 올 겨울은 왠지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