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관: 한정판 (2disc) - 초회한정 16p 포토북(중철) + 엽서 10종
김형주 감독, 이성민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7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사람들은 큰 이야기에 열광하지만 사실은 아주 지엽적인 일에 얽매어 산다. 그럼에도 내가 사는 동네에 혹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바쁜 탓도 있지만 개인과의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일이 터지면 대체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아파트먼트 단지 앞이 시끄러워졌다. 구체적으로 데모꾼들이 몰려와 트럭에 대형 스피커를 달고 하루종일 찢어지는 목소리로 항의를 해대기 시작했다. 평소 시위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 앞에서 저렇게 큰 소리를 내다니. 경악했다. 알고보니 단지 안 보도블럭 교체공사를 했는데 원청업체 사장이 하청에 지불할 돈을 떼어먹고 달아났다고 한다.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원통함을 이기지 못해 실제 일을 한 아파트먼트로 달려온 것이다. 어차피 사장한테는 돈을 받을 길이 사라졌으니 계약 주체인 아파트먼트에서라도 돈을 내라는 심보다.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혹은 관리소에서 일을 잘못 처리했을지 모르지만 주민들은 무슨 죄인가? 며칠 지나면 가라앉을까 싶어 참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일주일을 넘어 데모가 하루종일 계속되었다. 급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시의원도 만나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단지 앞 도로는 공공용지이고 이미 한달동안 시위신청을 해두었기 막을 방법이 없었다. 다만 소리를 좀 줄일 수는 있었지만 그 또한 소용이 없었다. 한계치의 최대한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영화 <보안관>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먹이사슬을 다루고 있다. 해운대 코앞에 들어선 초고층 복합빌딩을 둘러싸고 주민간에 갈등이 일어난다.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어떤 이는 이득을 얻는 복마전 게임이니 당연히 다툼이 잦을 수밖에. 전직 형사 출신이 나서 조정을 해보려는게 아뿔싸 누군가 한발앞서 동네 사람들을 구워삶았다. 건설사업은 핑계이고 실제로는 마약수출로 한몫잡으려는. 그러나 심각한 주제는 코미디로 흐르고 전직 경찰이 영웅본색 흉내를 내며 조폭을 일망타진한다는 스토리도 허무맹랑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말

 

보도블럭 공사 다툼은 일단락 되었지만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 시민을 볼모로 이해업자들이 다투는 광경은 비단 우리 마을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전국 곳곳이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일단 단지 회계부터 투명해야 한다. 눈 부릎뜨고 감시해야 한다. 괜히 닌방 열사가 나타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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