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로 제작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초호화 캐스팅으로 상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무난한 범작에 머물고 말았다. 열차라는 같은 소재를 다룬 <부산행>을 보신 분들이라면 살짝 하품이 날 수도 있다. 물론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은 역시 명불허전이지만.

 

 

초호화 캐스팅, 무난한 범작

 

 

복수는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문제는 해결하고 난 다음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기 위해 평생을 수련으로 보낸 다음 맞닥뜨렸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자, 이제 모든 분노는 가라앉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비록 원수는 갚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다시 영겁회귀에 빠져든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또 영상으로 옮겨져 극장에서 상영된 적도 있기에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지 궁금했다. 소감은 반반. 집단 밀실살인이라는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스터리 느낌은 다소 약하게 처리한 반면 반면 인간의 얽히고 설킨 본성을 부각시킨 점은 일단 합격. 그러나 아무리 회색세포로 사건을 해결하는 포와르라고 해도 액션없이, 물론 약간의 움직임은 있지만, 대화로 이야기를 끌고나간 점은 다소 지루했다. 조니 뎁을 포함한 쟁쟁한 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재미는 인정하지만.

 

한가지 아쉽다면 흥행우려를 감안해서인지 스크린이 다소 작은 상영관이 주를 이룬다. 큰 극장에서 보았더라면 높고 싶은 산맥을 질주하는 열차의 생생함을 더욱 더 느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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