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만
오오네 히토시 감독, 카미키 류노스케 외 출연 / 미디어포유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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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본 만화 대부분은 일본 것이었다. 그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이름과 지명만 우리 것으로 바꾼 것이었다. 정직하게 말해 태권브이 또한 마징가에서 영감을 받았다. 분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에 관해서는 초일류 강국이다. 매주 만화잡지가 발간될 뿐만 아니라 저출산 시대에도 5백만 부는 거뜬히 팔아치운다. 한마디로 모든 컨텐츠가 만화로 만들어져 소비되고 있다. 이런 국가 옆에 자리잡았으니 산업으로 크기는 어려웠다.

 

<바쿠만>은 별 기대하지 않고 보았다가 재미있어서 깜짝 놀란 영화다. 일본 영화 특유의 신파 대신 활기참이 가득했다. 물론 지나친 개그감이 몰입을 살짝 방해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만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웃어 넘길만하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와 이야기 꾸미기를 좋아하는 벗. 둘은 일본 최고의 만화 잡지인 <주간 소년 점프> 연재를 목표로 의기투합하는데. 그런데 이게 하늘의 별따기다. 어찌어찌 신인상을 받고 연재를 하게 되지만 또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랭킹. 주간 투표를 거쳐 조금이라도 순위가 낮아지면 가차없이 퇴출. 게다가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이미 프로인 상대에게 연전연패를 당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꿈의 여인이 등장하고 돌아가신 삼촌까지 어른거리면서 주인공은 간밧데를 외쳐보는데.

 

중학교 때 만화를 잘 그리는 아이가 있었다. 슥삭슥삭 매우 쉬워보이는데 어느새 주인공이 짠하고 등장하는 식이었다. 부러워는 했지만 내게도 재주가 있었다. 짧은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즉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적어 반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다들 좋아했다. 어서 빨리 다음 편을 읽고 싶어. 그런 난 신이 나서 수업시간에도 몰래 계속 스토리를 이어나갔는데. 그렇게 하루에 한 편의 읽을거리를 연신 만들어내고 있었다.

 

<바쿠만>을 보면서 그 시절이 떠올랐다. 만약 둘 중 한 명이라도 적극적이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불행하게도 모두 수줍었고 그저 각자의 영역에서 날라다닐 뿐이었다. 그 나 나나 이 바닥에서 이름이 들리지 않는 걸 보면 평범하게 잘 살고 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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