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장 행복한 탐정 시리즈 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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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카는 이제 브랜드가 되었다. 이름만으로도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그 출발은 <화차>였다. 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부인. 알고보니 그녀는. 하드보일드 하면 남성의 전유뮬로 여겨지던 통념을 아예 쇠망치로 깨부수는 쾌거였다. 구체적으로 부사와 형용사를 배제한 거친 느와물 대신에 다양한 수사를 활용하여 답답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새로운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희망장>은 단편 모음집이다. 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의 장기인 끈적끈적함은 여전하다. 주인공이 사립탐정으로 바뀌었을 뿐 집요하게 사건을 몰아가는 힘도 과거와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사회성이 부족해진 점이다. 예를 들어 <화차>는 카드라는 신문물로 돈을 물쓰듯이 낭비하는 세태에 대한 경고였다. <모방범>은 황금만능주의사회에서 돈을 위해서라면 납치도 서슴치 않는 인간말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글쓴이 스스로도 독기가 아주 바짝 올라있음을 문장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희망장>에서는 소재탓인지 다소 느슨하고 여유러워보인다. 사건 자체가 사소해서도 원인이겠지만 작가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게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된다. 아니면 나이가 들어 강력한 감정을 끌어올리기 힘든 것인지도. 혹은 진짜 악마를 불러내기 위해 잠시 호흡을 고르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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