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무슨 일을 할까? 아니면 어떻게 일을 할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나서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의자에 앉아 책상위에 놓여있는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거나 노트북을 켜고 자판을 가볍게 톡툭 거리며 두들길까? 얼핏 맞아 보이지만 사실 소설가는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관찰에 할애한다. 곧 실제 글을 쓰는 것보다 남을 요모조모 따져보는데 에너지를 더 많이 쏟는다. 뭔가 의도를 갖고 그러는건 아니다. 물론 의뢰를 받았을 때는 해당 지역이나 사람을 만나지만 실제로는 우연히 영감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저녁 6시 30분 무렵 쇼핑몰 보관함 앞에서 두시간 쯤 시간을 보냈다. (자세한 내용은 에세 <로스트 앤 파운드 참고>) 츠바키 문구점을 읽으며 버텼지만 짬짬이 사람들도 보았다. 다양한 인간들이 오고 갔다. 실제로 뭔가를 사기 위해 오는 이들도 있었지만 폐지를 찾으러 오는 할머니나 건물 안에 있는 교회에 가기 위해 짐을 보관함에 맡기는 아주머니, 그리고 특별한 목적없이 배회하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일상의 모습같지만 한발짝 떨어져 꼼꼼히 보니 전혀 다른 모습이 보였다. 내내 내 머리를 관통한 단어는 신경쇠약이었다. 우유 하나를 사든 대형 티브이를 구입하든 쇼핑은 즐거운 일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많은 이들이 뭔가에 쫓긴듯 초조하게 이러저리 우루루 몰려다니고 있었다. 대체 이유가 뭘까?

 

우선 신경쇠약의 정의부터 알아보자. 의학계에서는 자극에 쉽게 반응하여 피로감이나 정서불안을 느끼는 증세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쾌적한(?) 쇼핑몰에서 사람들은 왜 그런 느낌을 가질까? 첫째 음악. 매장에서는 중간중간 광고를 섞어 계속 노래를 흘러내보는데 기분을 좋게 하기 보다는 초조함을 불러일으킨다. 얼른 사고 나가라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빙빙 돌게 동선을 짜놓아 금방 지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잘 보면 매일같이 필요한 달걀이나 우유같은 필수품은 매대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정글같은 미로를 통과해야 득템이 가능하다.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특별할인제품코너도 힘들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치 거대한 숨은그림찾기박스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든다. 

 

잘 따져보면 대부분의 상업시설도 마찬가지 실정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소음과 뒤죽박죽인 공간과 광고세례를 받아야 한다. 그 대가는 다소 저렴한 상품이라고 하는데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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