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의 <걱정 말고 다녀와>를 읽다 깨달았다. 아 글은 구질구질하게 쓰면 안되겠구나. 또 하나. 이곳 저곳 기고한 글들을 묶어 책을 낼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겠다. 여러 출판사를 옮겨다니며 겪은 무용담(?)은 불편함만 가중시키고, 켄 로치를 부제로 삼은 만용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사람이 책을 읽는 이유는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어서다. 실용서적이 아닌 다음에야. 내 삶과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접하며 호기심을 채우거나 작게나마 위안을 얻고 싶어서다. 그런데 온갖 잡다한 짜증거리를 마치 대단한 철학인양 지껄여대니. 안다. 작가의 상상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처한 상황자체가 힘들어서임을. 돈은 못 벌고 소설가입네 하지만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매번 만나는 사람들은 처지가 비슷한 투덜이 스머프들이니 해피한 스토리가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자기의 경험을 과장해서 전달해서는 안된다. 설령 뼈아프게 힘들더라도 섣불리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끌어낼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