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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
가이 매딘 감독, 이자벨라 로셀리니 외 출연 / 카누(KANU) / 2014년 7월
평점 :
한국 화가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박수근이다. 그가 재현해낸 질감이 우리 정서와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곧 덧칠을 거듭해 벽화처럼 만들어 무표정한 인물에 따스함을 더했다. 시대의 흐름이나 유행을 따르지 않은 독특한 화풍이다.
영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보며 박수근이 떠올랐다. 컬러는 기본이고 배우의 땀구멍까지 잡아내는 초고화질 시대에 흑백 게다가 초기 무성영화 시대의 뿌연 질감을 재현해냈다. 첫 장면을 보는 순간 대단하다고 느꼈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 경연을 열어 여러 나라의 가수들이 참가한다. 제각각 장기를 뽐내는 가운데 영화는 점점 미궁으로 치닫는데.
히치콕은 무성영화와 유성영화를 모두 거친 감독이다. 그는 컬러 영화에 흑백 무성영화 기법을 차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몽타쥬나 클로즈 업 같은 기술이다. 히치콕은 무성영화야말로 순수한 기쁨을 준다고 믿었다. 영화를 대중오락이 아닌 예술의 경지로 이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첨단기술이 발달하면서 영화는 점점 현실을 닮아가고 있다.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영상으로 옮긴다. 과거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던 장면도 씨지로 단숨에 구현해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러면 그럴수록 상상의 여지는 줄어든다. 내가 꿈꾸던 영상이 그대로 재현되지 관객은 자신만의 꿈을 펼칠 여력이 없이 그저 홀릴 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는 영화가 다시 한번 꿈의 공장임을 확인시켜 준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