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제에가 설계한 필로티 건물. 1층은 기둥으로 개방감을 살려 비워두고 2층부터 공간을 채웠다.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그러나 그의 건축은 명성에 비해 실제 적용된 경우가 드물다. 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안전에 대한 우려때문이다. 그의 철학을 가장 잘 받아들인 나라가 한국이다. 고층아파트부터 필로티 건물까지 우리나라는 로코르뷔제의 박물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문제는 그의 근대철학을 따른 것이 아니라 값싸고 빠르게 지을 수 있다는 점만 악용했다는 사실이다.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었다. 결국 연기하기로 결정되었다. 잘한 일이다. 그 다음에 든 우려는 필로티였다. 필로티는 본래 말뚝이라는 불어로 근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코르뷔제가 이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전공이 도시계획이라 평소에도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1층을 비우고 기둥만 세운채 2층부터 방을 만드는 필로티 공법은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언제부턴가 빌라나 다세대는 물론이고 초고층 건물까지 죄다 필로티로 도배되다시피했다. 말로는 보행통로와 주차공간 확보라고 하는데 사실은 분양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편법이다. 1층이나 저층은 해가 잘 들지 않고 소음이 심해 분양이 잘되지 않으니 차라리 비워버린 것이다.

 

평소 필로티 주택이나 건물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섰다. 단지 지진때문이 아니더라도 가장 탄탄해야 할 기초를 비워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요즘 공법이 발달하여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그릇된 건축쟁이들이 하는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집의 핵심이 대들보이듯이 건축의 중심은 하중을 최대한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벌써부터 필로티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는데, 내진설계만 하면 된다, 글쎄 자연을 이기는 건축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괜히 바벨탑이 무너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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