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 투 이탈리아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 스티브 쿠건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먹방이 유행이 된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그 기원은 일본이다. 혼자서 이 식당 저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먹기만 하는 <고독한 미식가>라는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과연 먹는 장면만 주로 찍는 방송을 누가 볼까 싶었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면서 유사 프로그램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는 여행을 겸해 먹방을 찍는 컨셉도 있다. 금간산도 식후경이라는 오랜 속담을 활용한 셈이다.

 

<트립 투 이탈리아>는 특별한 목적없이 돌아다니며 먹고 자고 수다를 떠는 두 영국인이 주인공인 영화다. 얼핏 보면 다큐멘터리같지만 사실은 약간의 각색을 거친 드라마다. 유럽인들에게 이탈리아는 이상향같은 곳이다. 춥고 거친 북부의 날씨를 견디느라 지친 이들에게 남쪽의 따스한 태양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장소였다. 거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뭔가 대단한 볼거리가 쫙 펼쳐질 것 같은데 사실은 냉소적인 중늙은이 둘이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게 전부다. 영국에 살아본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고 쫓아가기 힘들 정도의 잡다한 에피소드가 줄줄이 나온다. 정치, 문화, 경제, 사회 등. 일종의 영국판 알쓸신잡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우리와 다른 점은 우쭐해하는 측면이 전혀 없다. 서로 물고 뜯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게 또 재밌다. 괜히 미술랭 바은 레스토랑에서 턴텁한 거위 간을 먹으면서도 눈치때문에 찬사를 늘어놓는게 아니라 음식은 그저 대화를 위한 장식일뿐이라는 자세로 시종일관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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