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7미터>의 표지. 얼핏보면 상어가 공포의 대상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바다속에서 서서히 미쳐가는 사람의 환각이 훨씬 더 섬뜩하다. 쉿 여기까지만.

 

뻔한 재난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았다가는 

 

사실 재난영화는 뻔하다. 극적인 상황에 사람들을 던져놓고 어떻게 헤쳐나오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이 극적이면 극적일수록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게 되는데.  영화 <47미터>도 처음에는 이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울적한 마음을 달랠겸 멕시코로 놀러온 젊은 여인 둘. 우울한 기분을 풀려고 술을 마시고 상어를 보기 위해 바닷가로 나간다. 뭔가 짜릿한 걸 경험하고 싶어서. 엄밀하게 말하면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보여주기용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이지만. 이쯤되면 뻔해진다. 케이지가 덜컹거리며 바닥속으로 추락하고 둘 중 하나는 죽고 나머지 한 명이 탈출하며 울부짖는 것으로 끝이 나겠지.

 

그러나 감독이 한 수 앞섰다. 사투끝에 둘은 함께 구조되고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찰나 화면은 다시 칠흑같은 바다속으로 돌아간다. 철제에 깔린 친구는 꼼짝하지 않고 숨이 붙어 있는 다른 친구는 상처입은 손에서 나는 피를 바라보며 헛소리를 해댄다. 이 모든게 상상이었어. 질소중독으로 인해 정신이 돌 수도 있다고 했던 말이 빈 말이 아니었어. 결국 구조대가 다가와 한 명만을 살리는 것으로 영화는 마침표를 찍는다.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짧은 런닝타임이었지만 구질구질하게 끄느니 깔끔하게 잘 마무리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덧붙이는 말

 

제목이 47미터인 이유는 그 정도 깊이까지 추락한 걸 빗댄 것이다. 에게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바닷속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깊고 넓다. 만약 우주에 대한 관심의 백분의 일이라고 바다에 쏟아부었다면 우리는 이미 해저도시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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