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몰두의 대상을 찾아 헤매다 생을 마감한다. 한 때 흠뻑 빠져 이거 아니면 못 살 것 같다가도 지나고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해지더라도. 문제는 그 대상이 일과 일치하지 않거나 혹은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경우다. 그나마 직업과 맞지 않는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윤리적인 선을 넘으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심지어는 감옥에 가기도 한다.

 

다행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회에서 허락하지 않는 도에 넘는 짓거리에 중독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안전했던 것만은 아니다. 삶이 삐걱거릴 정도로 심하게 어긋나는 경우도 만만치 않았다. 직장을 그만둔 건 대표적인 예이다. 아주 맞지 않았다기 보다는 일정한 시간에 상자 안에 갇혀 시간을 보내는걸 몸이 거부했다는게 정확한 이유다. 그럼 돌아다니는 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해보았다. 환경이 아니라 조직이 주는 압박감이 문제였다. 스스로 의미부여가 되지 않다보니 오래 지속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내린 결론은 적게 쓰고 많이 쉬자. 

 

젊었을 때도 실험적으로 이런 생활을 해보았는데 한달에 나가는 돈이 그렇게 많지 않음을 깨달았다. 집세나 기본 생활비를 제하고는 10만 원 정도면 30일을 버티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많은 돈을 벌 필요는 없지 않는가? 필요도 없는 돈(?)을 버는 대신에 그 시간에 내가 진짜 만족할 수 있는 몰두의 대상을 찾자. 고전음악 듣기, 지하철 타고 여행다니기. 시사회 이벤트 참여하기, 도서관에서 책읽기, 공원 산책하기, 산에 오르기, 여름철 동네계곡에서 헤엄치기. 이중 돈이 드는 일은 하나도 없다. 아주 소액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일들이 이렇게도 많다니.

 

그중에서도 으뜸은 글쓰기. 처음 글을 익혔을 때 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몰두의 대상이 되어주었다. 한 때는 그 글로 밥벌이를 해볼 생각도 했지만 또 실제도 해보았지만 순수한 사랑이 사라진 연인관계처럼 금세 시들고 말았다. 어렵사리 나를 떠난 글쓰기를 겨우 찾아낸 지금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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