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에게 어떤 애교도 보이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이른바 시건방 춤은 노래와 더불어 케이 팝의 지평을 넓히는 기폭제가 되었다. 


<아브라카다브라>는 케이 팝에 대한 편견을 깨부신 곡이다. 지금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생생히 기억날 정도다. 강력한 사운드와 직설적인 가사는 정형화된 청순가련이라는 걸그룹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특히 뜻한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주술은 강한 중독성으로 인기를 끌어올리는데 큰 몫을 했다. 그렇다면 대체 뭘 그렇게 원했을까? 나를 떠난 연인과 새로 사귄 여자와 찢어져달라. 심지어 닮은꼴 인형에게 저주까지 걸면서. 이처럼 처절한 가사는 당시에도 센세이셔널했지만 지금도 흔하지 않다. 아마도 초반기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 나가면 다음이 문제다. 팬들의요구는 점점 더 강하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걸 크러시로 변신한 후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다. 가인 홀로 솔로로 독립하여 분투했지만 그녀 또한 고전하기는 마찬자기였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건 역전을 노리고 내놓은 <신세계>가 매우 세련된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미 걸그룹의 수명인 다한 후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브라카다브라>는 아이돌의 장르를 확대하는 기폭제가 된 노래임에 틀림없다. 곡과 더불어 화제가 된 시건방춤 또한 두고두고 사람들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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