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츄"가 수록된 러블리즈의 미니앨범 1집. 이 노래 하나만으로도 이 음반은 기념비적이다.

 

케이 팝은 변종이다. 그 출발은 서태지다. 극단적으로 한국가요는 태지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이들이 있다. 나 또한 동의한다. '난 알아요'이전의 우리 노래는 멜로디 위주의 서양가락에 한국가사를 붙인 짬뽕이었다.

 

그러나 서태지가 등장하면서 서구의 트랜드, 당시에는 힙합과 갱스터가 유행했다, 와 매우 근접한 이른바 대중음악을 탄생시켰다. 시대를 읽지 못한 평론가들은 폄하하기 바빴지만 대중들은 즉각 반응했다. 아니 열광했다. 특히 10대들은.  이후 한국대중가요는 케이 팝으로 진화하여 오늘날 세계음악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저러한 비판이 있지만 영미중심의 팝 세계에서 특정 국가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러한 성과의 밑바탕에는 똑똑하고 영리한 그리고 감수성 강한 기획자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훨씬 더 높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앞으로 짬짬이 인상깊은 케이 팝을 소개하려고 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하지만 새롭고 창의적인 노래를 선보인 이들에 더욱 주목할 계획이다.

 

러브리즈의 아츄는 기념비적인 곡인다. 여자아이돌 그룹하면 떠오로는 여리여리하고 청순한 미모때문만은 아니다. 교과서적인 훅(Hook), 곧 인상적인 멜로디나 가사를 반복적으로 구사하는 기법,을 따르면서도 곡을 점층적으로 고조시킴으로써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동시에 클라이맥스에서 어김없이 아츄가 튀오나옴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너는 내 맘 모르지 아츄"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실제로 이 노래는 가사와 멜로디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어 일일드라마(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아츄커플)의 특정 장면에 포인트처럼 쓰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츄는 누가 작사하고 작곡했는가? 작사는 서지음이 작곡은 윤상이 속한 원피스팀이 담당했다. 곧 어느 한 사람이 아닌 여럿의 협업작업이라는 점이다. 물론 윤상이 이 곡 전체의 분위기를 잘 잡아냈지만 중요한 것은 다른 이들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는데 있다. 케이 팝은 트랜드 음악이기 때문에 주소비층인 10대나 20대 초반의 감성을 놓쳐서는 안된다. 사랑하는 감정이 생겼을 때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재채기가 나온다는 설정은 매우 고전적이다. 그러나 과거와 확실히 다른 점은 혼자 끙끙대는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필살기를 적극적으로 어필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애교까지 겸비했다고 하지 않는가?

 

아츄의 빅 히트는 러블리즈를 단숨에 정상의 걸그룹으로 승격시켰다. 그러나 이후의 행보는 다소 아쉽다. 특히 아츄의 아성을 넘겠다고 야심차게 도전한 와우는 왠지 유사품같은 느낌이 든다. 청순인지 섹시인지 걸크러시인지 컨셉을 분명히 정해야 하는 기로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가 힘들다는 점도 어려움을 배가시킨다. 자칫 잘못하면 러블리지 하면 아츄라는 원히트원더의 굴레에 빠질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아츄가 그만큼 잘 만든 노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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