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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의 교훈
로버트 벤투리 외 지음, 이상원 옮김 / 청하 / 2017년 8월
평점 :
우리의 거리가 아름다워진 건, 구체적으로 매우 유니크하고 매력적으로 여겨진 건 최근의 일이다. 무질서하고 어질러져 있고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엄두가 나지 않고 걸핏하면 도로정비나 광고판개선이니 하며 난리를 피운게 바로 얼마전이다. 그러나 선진도시를 보라라고 아무리 외쳐도 소용이 없었다. 딱 그 때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가로수에 대놓고 현수막을 걸고 한낮에도 네온이 요란하고 골목골목 과음의 흔적이 남아있는 골목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영화 덕이다. 구체적으로 <올드 보이>. 관객들은 열광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도시에, 뒷골목에, 도로에. 이거야말로 미래도시의 표상이라며 엄지척을 날렸다. 뒤이어 터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돌연 강남을 국제적 명소로 만들어버렸다. 바둑판처럼 구획을 나누어 멋대가리없는 빌딩을 세워올린 그 거리가 이제는 관광객들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제대로 정비하지 못해 새 도로와 구 골목이 섞여 있는 어질어질할 정도로 복잡한 홍대 앞은 전세계 젊은 영혼의 안식처가 되었다.
<라스베이거스의 교훈>은 도시계획 책이다. 전공이 그쪽이라 유심히 읽었다. 사막한가운데 백퍼센드 인공으로 세운 도시가 어떻게 세계적 도시가 되었는지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그 원인은 도시 자체가 상업적 목적에 맞게 건설된 점도 있지만 더욱 더 중요한 기여는 사람들이었다. 곧 기꺼이 자신의 돈을 걸고 운에 목을 매는 인간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도시 자체의 매력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늘날 강남이나 홍대는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지만 어느날 붐이 가라앉고 사람들이 빠지면 볼품없는 장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마치 휘황찬란한 라스베이거스가 아침이 밝아오면 너무나도 초라한 민낯을 드러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