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가끔 들르는 식당이 있다. 매주 거거나 아니면 주인과 인사를 나누는 단골은 아니다. 어쩌다 가끔 생각이 나면 간다. 예를 들면 요즘처럼 쌀쌀할 때, 수영을 하고 나서 먹으면 딱이다. 뜸을 너무 들였다. 칼국수집이다. 만두와 떡볶이, 제육덮밥 등도 같이 파는데 역시 칼국수가 최고다. 아주 맛이 있어서는 아니다. 직접 밀가루로 빚어 썰어내는 것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다. 한가지 흠이라면 주인 아저씨가 자꾸 코를 킁킁거린다는 점. 몇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모든 음식을 진두지휘한다. 아들은 주문과 배달 담당이다. 딸은 홀을 돌며 손님들의 주문에 응하고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가족 식당이다. 썩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화가 난채 음식을 내오는 곳은 아닌 그저 덤덤하다. 나는 그게 좋다. 과잉된 친절이나 다운된 분위기 모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이런 식당을 찾기 힘들다. 설령 있다해도 지나치게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 들어가기가 거북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5개 정도의 테이블이 있는 소박한 국수집이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칼국수를 시킨 다음 신문을 뒤적이다 젓가락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주웠다. 그런 나를 지켜보던 딸은 아무 말없이 그 젓가락을 받아 가지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나는 수저통에서 새 젓가락을 꺼내 탁자 위 냅킨 위에 올려놓았다. 이 모든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흔한 표현대로라면 물 흐르는 듯 했다. 드디어 칼국수가 나왔다. 멸치로 국물을 낸 기본 베이스에 탱탱한 면발. 그리고 호박과 당근 등의 채소가 얹혀진 전형적인 국수였다. 국물은 언제나처럼 가득이었다. 먼저 국물부터 맛을 보며 마음 속으로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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