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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프란시스 하 : 넘버링 한정판 (32p 소책자)
노아 바움백 감독, 미키 섬너 외 출연 / 그린나래미디어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영화가 현실의 반영이 되면 십중팔구는 지루하기 마련이다. 일상이란 상상처럼 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고 들으면 매일같이 엄청난 사건이 터지는 것 같지만 정작 내 곁에서는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죄다 사소하고 짜증나는 일 투성이다. 자판기가 동전을 먹어 신고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이고 점심으로 밥이냐 국수냐로 고민하고 집에 들아와서는 티브이를 보며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며 시간을 떼우기 일쑤다. 만약 누군가 내 생활을 그대로 찍어 영화로 만든다면 과연 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나조차 외면할 것이다.
<프란시스 하>는 이토록 어려운 일을 해낸다. 시골에서 올라와 무용수로 성공하고 싶은 주인공은 작가가 꿈인 여자와 함께 뉴욕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룸메이트와 사소한 일로 틀어진 그녀는 전전긍긍하며 이 친구 저 동무 집을 전전하는데. 그 사이 친구는 어쩐 일인지 출세가도를 달리고. 자신은 어렵사리 얻은 배역마저 잘려 결국 고향에 돌아가는 신세가 되는데. 다시 심기일전하여 상경후(?, 뉴욕을 말한다) 알바를 하며 꿈을 이루려고 기를 쓰던 어느날 파티장에서 일을 하다 성공한 친구가 초대손님으로 오는 일까지 발생한다. 아, 정말 내가 쓰면서도 구질구질하구나.
결국 프란시스는 성공한다. 비록 무용수로 이름을 빛내지는 못하지만 관련 업무를 보며 한 자리를 차지하고 더군다나 자기 이름이 적힌 집을 마련한다. 비록 성(Halladay)조차 다 달지 못하고 첫머리인 하(Ha)만 달만큼 좁은 명패이지만. 어쩌면 이 문패는 엄청난 상징일지도 모르겠다. 절반의 꿈만 이룬 프란시스에게 감독이 보내는 위로라고 할까.
덧붙이는 말
영화는 흑백이다. 만약 칼러였다면 어땠을까? 쓸데없는 희망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현실은 총천연색 칼러가 아니다. 그럼에도 빛나는 장면이 없는 건 아니다. 룸메와 헤어진후 뜨겁게 달구어진 주방기구에 손까지 데어 화가 치밀대로 치민 순간 우편함에서 무용수 연습생 합격 소식을 듣는다. 조금전까지의 비참함은 잊은채 뉴욕의 차이나타운 거리를 뛰어가는 프란시스. 데이빗 보위의 모던 러브와 어우러진 이 장면으로 이 영화는 단숨에 명작의 대열에 올라섰다.
한가지 더 깨알같은 재미라면 주인공을 맡는 그레타 거윅은 메릴 스트립의 딸이다. 언뜻 그녀의 젊은 시절이 비치니 놓치지 마시길. 그런데 과연 아버지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