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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알고 있다
르네 나이트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비밀은 탄로나게 마련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그 때 처음 알았다. 우리 집에 그렇게 많은 빚이 있다는 걸. 빚쟁이가 장례식장에 찾아와 상주를 찾을 줄도 몰랐다. 아버지가 야속했다. 살아계실 때 왜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지. 자식들을 배려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저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라고 생각한다. 망자에게 어떻게 그런 모진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당해보면 안다. 아무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죽어버린 부모를 가진 자식들은. 대책을 내놓으라는게 아니다. 함께 고민하자는 뜻이다.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과거를 둘러싼 이야기다. 평탄하고 무난하게 살아왔다고 믿는 부부 앞에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소설이 배달된다. 그 책에는 남편의 적나라한 지난날을 알게 된다. 과연 이 이야기가 맞는지, 아니면 그냥 꾸며맨 것인지 헷갈리는 가운데 20년 동안의 비밀들이 한꺼풀씩 벗겨지며 정체를 드러낸다.
비밀이 없는 사람은 없다. 이는 죄를 짓지 않은 인간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은 부질없다. 끝까지 숨긴다. 증거나 단서가 없어서가 아니다. 덮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드러났을 때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두려워서다.
작가는 그래서는 안된다. 슬쩍 눈감아줄 수도 있는 일에도 날카로운 매스를 들이대야 한다. 그 대가가 참혹할지라도. 르네 나이트는 우리를 대신하여 심판을 내리고 있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