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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평점 :
에세이는 왜 쓰고 무엇때문에 읽는가? <나혼자 산다>처럼 이름이 알려진 사람의 뒷이야기나 일상을 보고 싶어하는 심리가 아닐까? 다시 말해 명성이 없는 이의 산문은 아무리 빼어나도 읽히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걷는 듯 천천히>는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고레아다 히로츠카의 산문집이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영화 연출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엮었다. 예상 가능한 구성이지만 의외로 감동적이다. 뻐기거나 젠체 하는 셀럽 특유의 자뻑이 없어서다. 마치 영화속 등장인물들이 글속에 자연스레 등장하여 소곤소곤 담소를 나누는 느낌이다. 일상의 한순간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어한다는 감독의 의도가 잘 반영된 글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아름답게만 포장하는건 아니다. 대지진 이후 슬픔을 연장시키기 보다는 어서 빨리 과거의 경제우선주의로 돌아가려는 기성 정치인들에게도 날카로운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비록 그 울림이 미약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언젠가 큰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