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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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글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이유도 모른채 술술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엇 하고 놀라게 된다. 알고보니 다 가짜였잖아. 마술이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속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느새 자연스레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작가와 읽는 이는 알게모르게 계속 두뇌싸움을 하게 된다. 이 전쟁은 서로의 예측이 계속 어긋나야만 끝까지 이어진다. 행여 에게 내 이럴 줄 알았어 하는 순간 바둑 돌을 던져야 한다.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은 일본 시골의 신남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에게는 낯선 개념인데, 억지로 말하자면 마을의 우환을 미리 막는 정령쯤이라고 할 수 있다. 신남들은 인과 신의 경계에서 온갖 고단한 일을 치루는데, 기우제를 올리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농경사회에서 물은 신앙이나 마찬가지이니 가뭄은 대재앙이나 마찬가지다. 신남들이 계속 죽어나가면서 마을에는 점점 흉흉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데.

 

아, 왜 우리나라에는 이 정도 소설이 없을까? 오랜기간 농업사회였고 전설 하나 없는 동네는 드문데. 단지 분단과 군사독재이 영향때문인지, 아니면 겉멋들린 게으른 작가들 탁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선각자가 있다면 뿌리깊은 나무를 발간한 한창기 선생이다. 이 잡지에는 우리가 하찮게 여겼던 지역의 문화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은퇴후 내가 할일은 이 책을창간호부터 폐간호까지 읽고 번외로 한국의 발견을 꼭꼭 씹어 읽는 것이라고 일찌감치 결심을 굳힌 지도 10년이 지났다. 정말 개고생하면서 책은 다 구해놓았으니 이제 남은 건 일을 쉬는 거다. 어서 빨리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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