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레이 얼 지음, 공보경 옮김 / 애플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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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는 인류의 출발부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형태의 소위 근대소설은 고작 이백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다른 문명에 비해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물간 장르 취급을 받는 건 영상의 압도적인 약진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현란한 화면이라도 스토리가 없으면 활동사진에 불과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야기의 힘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는 스토리에 대한 기본 관념을 깨는 책이다. 기승전결이라는 흐름이 있어야 하고 대화와 서사 혹은 설명이 적절히 섞여야 되고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는 틀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저 생각나는대로 끄적거리고 있다. 사실은 고도로 계산된 것이지만.

 

마치 시티콤처럼 순간 순간 이어지는 짤막한 에피소드는 영상으로 옮겨지면서 빛을 발했다. 드라마의 형식에 딱 맞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시리즈에 반해 원전을 한번 읽어볼까 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법도 하다. 이건 완전히 루저의 자기고백아냐?

 

그럼에도 이 책의 미덕은 글에는 어떤 한계도 없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황금법칙은 소설에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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