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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ㅣ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부터 명작을 쓰는 작가도 드물게는 있지만 대부분은 어설프게 마련이다. 물론 번뜩이는 무엇인가는 있다. 미쓰다 신조도 마찬가지다. 그의 최근작을 읽다가 이른바 작가시리즈의 출발인 <기관>을 보니 같은 소설가가 맞는지 싶을 정도로 허술하다. 뭔가 잔뜩 쓰기는 했는데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른다고 할까? 초심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중 하나다. 곧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을 마구 늘어놓는다. 반면 베테랑이 되면 절반쯤은 숨기고 슬쩍 슬쩍 편하게 툭 하고 털어놓는 식으로 글을 쓴다. 독자는 작가의 지식욕에 반하는게 아니라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매력에 빠져든다. 처음에 전부를 보여주면 더이상 거들떠 보지 않는다.
또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번역 문제도 있는 듯 싶다. 최근 들어 미쓰다 신조의 글은 현정수 선생께서 전담하여 옮기고 있는데, 그 쪽이 훨씬 매끄럽고 읽기에도 편하다. 반면 김은모씨의 번역은 왠지 껄끄럽다. 직독직해 위주로 작가의 묘한 뉘양스가 살질 않는다. 예를 들어 일본어 노(の)는 굳이 옮길 필요가 없는 꼬박꼬박 의로 번역하는 바람에 읽는 내내 덜컹거리며 진도가 나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