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른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이상한건 자라고 나면 그 사실을 까먹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겁회귀는 영원히 그리고 끝없이 계속된다. 그러나 아주 가끔 틈새가 보일 때가 있다. 작가들은 그 미세한 잡음을 놓치지 않고 문장으로 건져낸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적나라하게 악한 마음을 들추어낸다.
우리나라에서 호리드 핸리 시리즈는 단순한 악동쯤으로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그 이전이라도 영어를 알려주고 싶은 부모임들이 권하는 책이다. 만약 제대로 읽어보았다면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야 마땅한데도.
핸리에게는 선과 악의 구분이 없다. 그저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버르장머리가 없지만 아이에게는 그런 꾸지람조차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기 속에서 일어나는 마음에 대한 3자의 시각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실수 자체를 나무라는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게 하는 것이다.
Horrid Henry Tricks the Tooth Fairy는 시리즈 가운데에서도 독특하고 엉뚱하다. 친구들 모두가 앞이빨이 빠져 돌아다니는데 자신만 멀쩡하다. 핸리는 어떻게 하면 이빨을 부러뜨릴지 궁리한다. 단것을 왕창 먹을까, 손잡이에 실을 매달아 이빨과 연결시킨 다음 쾅 닫아버릴까. 다들 마땅치 않다. 귀찮고 아플 것 같아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동생이 배게밑에 보물처럼 감추어던 빠진 이빨을 훔치는 것이다.
대체 이 이야기에 무슨 교훈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되묻고 싶다. 무슨 정보를 얻고 싶어 소설을 읽습니까? 아이들 책은 뭔가 가르침이 있어야 된다는 신념만큼 케케묵은 편견도 없다. 그저 읽어라. 주인공의 엉뚱함에 낄낄거리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