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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과의 대화 ㅣ 한나래 시네마 3
프랑수아 트뤼포 지음, 곽한주 외 옮김 / 한나래 / 1994년 10월
평점 :
절판
만약 장사로 큰 돈을 번 사람이 생을 마감하면서 모든 영업비밀을 담은 노트를 남긴다면 그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아마도 부르는 게 값일 것이다. <히치콕과의 대화>는 영화제작과 관련된 거의 모든 노하우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가 만 오천원짜리 이 책은 절판 이후 십만 원이 넘게 거래되고 있다.
히치콕은 전성기 시절에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비급 스릴러를 만드는 스타일리스트 취급을 받았다. 만약 프랑스 누벨 바그의 선봉장이던 트뤼포에게 영화 감독중 누구를 가장 존경하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히치콕은 그저 그런 감독으로 생을 마감할 뻔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트뤼포는 두말할 것 없이 히치콕이라고 답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인터뷰를 강행했다.
<히치콕과의 대화>는 이 두 거장의 대담을 담은 책이다. 통역자가 있었지만 두 사람간의 의사소통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었다. 둘은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히치콕 영화의 서사, 이야기 구조, 배우 선정, 형식미, 카메라 앵글 등 스릴러 영화를 만들기 위한 모든 장치를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 만약 트뤼포가 그저 그런 감독이었다면 히치콕은 절대 자신의 영업기밀을 단 하나도 털어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영화감독 이전에 평론가로 일가를 이룬 트뤼포 앞에서는 완전히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덕분에 우리는 이 위대한 책을 얻게 되었다.
덧붙이는 말
이 책을 얻을 기회는 서너번 있었다. 그러나 십만원이 훌쩍 넘는 액수에 번번이 좌절하고 말았다. 결국 더이상 미루다가는 죽을 때 후회할 것 이라는 확신이 들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제본하여 보고 있다. 하도 읽어서 고무줄을 감고 읽었다는 히치콕 추정자까지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지금도 가끔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살짝 사그럴들 땐 어김없이 꺼내서 보고 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