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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박물관 - 모든 시간이 머무는 곳
매기 퍼거슨 엮음, 김한영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평점 :
박물관하며 선뜻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죽은 박제물의 전시공간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특하고 개성있는 곳이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매기 퍼커슨은 이런 내 마음을 실천으로 옮겼다. 처음 소개하는 곳부터 만만치 않다. 집 떠난 남편을 대신하여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한 평생 재봉틀을 돌린 여인이 주인공이다. 왜 이런 곳이 박물관이 되었을까? 빈곤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부강한 미국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식으로 하면 구로공단이나 청계피복공장을 역사적으로 기리는 식이다. 불행하게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명패나 동상 하나로 퉁치고 있지만.
<끌리는 박물관>은 자연사 박물관이나 로뎅 박물관 같은 유명한 곳도 빼놓지 않는다.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지만 특이한 곳들을 더 많이 알려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실연박물관이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한 때 뜨겁게 사랑했던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그 시절을 기억하는 물건들을 모아두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 둘이 합의하여 전시했다는 것이다.
추석연휴가 길다. 자신만의 방이 있다면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되새길만한 물건을 모아 자신만의 전시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기억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곧 사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