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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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경기에서 점수를 내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주자들을 잔뜩 모아 놓고 홈런 한 방을 때려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고 막강한 투수력을 앞세워 번트 등을 대서 억지로 스코어를 짜낼 수도 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어떤 타입이냐 하면 상대 팀 피처를 살살 약을 올려가며 공에 몸을 갖다대거나 타석에 선 선수에게 포수가 엉뚱한 소리를 해서 실수를 유발하여 이기는 식이다. 어어 하다가 당한다고나 할까.

 

오쿠다 히데오의 장점은 무엇보다 술술 읽힌다는 데 있다. 사회성이 강하건 혹은 소소한 마을 이야기건 책을 드는 순간 페이지가 쾌속으로 넘어간다. 다 읽고나면 이게 뭐지, 라는 약간의 허점함도 남지만 여하튼 책 한 권을 이토록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작가는 매우 드물다.

 

<우리 집 문제>도 그의 장기가 잘 발휘된 단편집이다. 어깨에 힘을 팍 빼고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에는 애매모호한 부부간의 문제를 유쾌하게 다루고 있다. 독신생활에 길들여져 자신을 살뜰리 살피는 아내가 부담스러워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신혼의 남편이나 회사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대신 야구배트를 휘드르며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 등은 어쩌면 우리 옆집에서도 벌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과연 이런 소재가 소설거리인지 의문이 드는 사람은  작가로서의 자격이 없다. 뭔가 거창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야말로 글쟁이로서 자격미달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작가들이 너무도 많다. 글을 재미있게 풀어갈 능력도 없으면서 목에 힘만 주는 권위주의자들. 이 책에 등장하는 남편들과 다를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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