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매미 엔시 씨와 나 시리즈 2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생생하다. 손에 잡힐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감각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곁에서 왈칵 울음을 터뜨린 소녀의 숙인 얼굴. 이건 뭐지? 아,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꿈을 꾸면서도. 낭만주의 시대의 작가는 침대 곁에 늘 펜과 종이를 두고 있었다. 혹시라도 자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잊지 않기 위해서다. 문제는 쓰리디 저리갈만큼 박진감 넘치던 머릿속 영상이 글로 옮기려고 하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다는 거다. 좌절한다. 역시 꿈은 꿈이야.

 

그러나 마치 꿈속을 헤매듯 글을 쓰는 작가도 있다. 이야기는 이리 저리 헤매고 연결이 되지 않고 등장인물들은 횡설수설한다. 사랑하다 질투하다 살의를 느낀다. 읽는 내내 불쾌감이 온 몸을 휘감는다. 그러면서도 묘한 매력에 빠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기카무라 가오루는 소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스토리는 불분명하지만 장면은 그림처럼 살아숨쉰다. 꿈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꿈을 꾸는 순간은 전율이 일지만 기억은 애매해고 이어놓고 보면 말이 안된다. 이른바 개꿈이다. 그러나 기카무라는 비록 백일몽에 그칠지인정 빛나는 장면은 놓치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나서 줄거리를 요약하라고 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더 나아가 교훈따위를 쓰라고 시키기도 한다. 독후감은 그렇게 작성하는 게 아니다. 글을 읽고 나서 너는 어떤 감정을 느꼈니? 그런 기분이 든 이유는 뭘까? 책의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니? <밤의 매미>는 이런 진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내가 방금 읽은게 소설인지 실화인지 현실인지 꿈인지 끝없이 헷갈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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