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알리 모사파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주로 보는 영화는 미국과 한국에서 만든 것이다. 홍콩이나 일본 영화가 반짝 인기를 끈 적 있지만 결코 대세는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독이 만든 작품을 찾아보는 이는 마니아임에 틀림없다.
오르한 파묵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듯이 파라디 또한 누구가 공감 가능한 이야기를 만들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가 가족간 엃히고 설킨 복잡한 감정을 격하게 표현했다면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는 보다 세련되게 묘사하고 있다. 배경이 프랑스이고 등장인물 모두 불어를 쓰기 때문만은 아니다. 방관자와 참여자의 위치가 서로 바뀌면서 내적 긴장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가족을 이상향으로 바라보는 건 인류 보편의 감성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온갖 감정의 발로인 가정은 때로는 격렬한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어떤 군인이 그 폭력성이 그리워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지만 또 다른 사람은 꼴도 보기 싫어 시쳇말로 전역한 부대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마드는 이 둘중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별겨중인 부인과의 이혼수속을 위해 다시 찾은 전 부인. 그녀에게는 자신의 피가 섞인 두 자녀와 다른 한 아이가 함께 있다. 다른 곳에 머물수도 있지만 아마드는 낯선 동거에 들어간다. 이미 다른 남자와 같이 살고 있는 전처의 집에서. 설정 자체는 기괴하지만 아마드의 시선은 끝까지 냉정하다. 이점이 탁월하다. 뭔가 파바박 하고 불꽃이 튀길 것 같은데 총탄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그는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도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