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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등여행기 - 도쿄에서 파리까지
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탈 것에 대한 로망은 전혀 없다. 되도록 짧게 이동하면 최고다. 자동차든 배든 지하철이든 버스든 어렸을 때 차멀미가 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차는 좀 다르다. 왠지 설레고 아련해진다. 이상하다. 실제로 막상 타면 기대보다는 별로지만 그나마 기차를 타고가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무엇보다 흔들림이 없어 책을 읽기에도 좋다.
만약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었다면 훨씬 배포가 큰 민족이 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다.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야가 넓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을 건너 파리에 도착한다고 생각해보라. 고되다기 보다는 멋지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삼등여행기>는 이런 공상을 실천으로 옮긴 사람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일본의 소설가 하야시 후미코. 자신이 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얼씨구나 하고 주저없이 인세를 몽땅 털어 시베리아 열차에 몸을 실었다. 1930년대에 그것도 여자 혼자서. 더욱 억울한 것은 그녀의 여행 루트다. 도쿄에서 출발하여 고베와 시모노세키를 거쳐 부산까지 배로 이동하여 다시 서울을 지나 하얼빈에 도달한 다음 시베리아를 건너 모스코바에 도착한 후 베를린을 지나 파리에 도착했다. 일정을 더듬는 것만으로도 숨이 찬다. 경로에 비해 글은 지나치게 소소하지만. 시시콜콜 여행경비까지 적은 것을 보면. 아무튼 부럽다. 우리에게는 언제 이런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