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보급판)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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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이나 전기는 어렸을 때나 읽는 책이라는 편견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른이 되면 더이상 속지 않기 때문이다. 우러러보기만 했던 영웅도 사실은 찌질이였다는 사실을 알면 더이상 쳐다보기도 싫듯이. 따라서 나이가 들어서도 인물을 다룬 책을 좋아한다면 그건 유아적 퇴행을 겪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따금 회고록 따위가 아니라 진짜 리얼한 책을 만날 때가 있다. 그 사람의 미덕과 악행이 고스란히 철저하게 파헤쳐지는. <스티브 잡스>가 그렇다. 잡스 스스로도 미화된 인간으로 꾸며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다만 어리석은 짓도 많이 했지만 자신이 제대로 한 일만큼은 제대로 평가받기를 원했다. 아마도 췌장암 수술을 받고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리라.

 

사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이미 스탠포드 대학 졸업 연설문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는 세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마지막 주제가 바로 죽음이었다. 만약 오늘이 내게 남은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늘 하던 일을 그냥 할 것인가, 라는 철학적 물음을 던진 그는 더이상 다른 사람의 시선따위 신경쓰지 말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라고 강조한다. 동시에 늘 허기지고, 항상 어리석은 사람이 되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단지 멋진 말이기만 한 게 아니라 잡스의 평소 신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미 죽음 이후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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