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오래된 의문 하나. 왜 입시 혹은 입사시험에 영어를 반드시 봐야 하지? 국어는 우리 언어이고 수학은 수리를 다루는 근본 학문이니 의문이 없지만 영어는 도대체 왜? 외국어 영역이라고 하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도 있는데. 한 때는 1외국어, 2외국어 식으로 구분하기도 했는데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국애들은 대학에 가는데 한국어시험을 치루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는가? 단순히 사대주의라고 하기에는 역사가 길다. 일제가 들여온 못된 입시제도가 근원적인 문제다. 서양근대화를 모델로 열심히 따라집기에 급급했던 일본은 영어를 배움으로써 서양세력을 넘어서고자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을 앞지르려고 영어를 공부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저 과목에 있으니 배운것 아닌가?
여하튼 난 영어를 좋아한다. 아주 일찍은 아니지만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때 동네에서 영어과외를 받으며 일찍 귀가 트였기 때문이다. 당시 여자선생님은 반복외에 다른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다. 오로지 말하고 듣고 쓰기만 했다. 그 덕인지 중학교 가서도 교과서 외에 따로 엉어공부를 하지 않아도 기본 90점은 넘었다. 고등학교에서는 다소 성적이 떨어졌지만 기본은 유지했다. 근거없는 자신감은 대학에 들어가서나 사회에 나와서도 이어졌다. 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영어를 잘 할 수 있다구.
그러나 허송세월은 질을 보장하지 못하는 법 Quality takes time. 언제부턴가 영어가 두려워졌다. 그럼에도 겉멋은 남아 있어 쉬운 영어보다 어려워보이는 교재를 택해 공부하는 척했다. 타임이니 씨엔엔이니 이코노미스트니. 그게 패착이었다. 허영심은 채웠을지 모르지만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는 때늦은 책이다. 영어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오성식이나 이보영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나왔다면 지금보다 10배는 더 잘 팔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뜨거운 이유는 영어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단지 진학이나 출세가 아니라 흥미의 수단으로 영어를 접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번역이 엉망이라고 소문만 <왕좌의 게임>을 원작으로 보고 싶다든가 드라마 <셜록>을 보며 영국영어에 반해 따라하고 싶다는 식이다. 매우 좋은 발상이다. 언어는 무엇보다 즐거워야 한다.
덧붙이는 글
공부는 힘들다. 놀고 쉬며 하는 것은 그저 겉핥기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즐겁게 배워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기본기를 철저하게 익힌 다음에나 가능한 경지다. 영어글쓰기가 약점이라 작정하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 한 권을 절해 달달 외우다시피하며 본 적이 있다. 곧 한글표현을 영어로 옮긴후 다시 한글로 찾아보는 식이었다. 종종 우리말과 표현이 달라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와중에 사고방식의 차이를 깨닫고 나만의 기쁨을 얻은 적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매번 틀리던 표현이 하나 있었다. 여러분도 한번 플어보셨으면 좋겠다. 아하, 하고 감탄이 나온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처음에는 Thank for a while 어쩌구 저쩌구 식으로 영작을 했다. 아무리 궁리해도 다른 표현이 따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답을 보고 완전 충격을 받았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사고속으로 온전히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We had a good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