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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 초회 한정판 (2disc) - 고급 디지팩 + 시나리오북
김태윤 감독, 이경영 외 출연 / 오퍼스픽쳐스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법과 제도는 가진 자의 편이다, 라는 심증은 대체로 들어 맞는다. 아무리 정의를 내세운다고 해도 이리저리 피해나갈 길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곧 머리가 좋고 수완이 빠른 사람은 어떻해서든 비켜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법을 복잡하게 만든 까닭은 그만큼 천 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단 한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른바 무죄추정주의야말로 법의 진수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살인죄로 감옥까지 갔다온 현우. 더 황당한 건 유족 사망금을 지불하지 못해 세 배이상 오른 금액을 내지 못하면 다시 들어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 준영은 변호사지만 빌빌대기만 한다. 겨우 들어간 로펌에서 한직중의 한직인 무려법률상담을 하게 되는데.
보는 내내 불편한 영화가 있다. <재심>이 그렇다. 한 사람의 인권은 지배세력의 이익 앞에서는 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민주화가 되고 경제가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하류인생은 하루벌이 투쟁을 벌이게 마련이다. 살인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처리한다. 다행히 진범이 밝혀지고 뒤늦게나마 무죄임이 증명되었지만 10년 이상 깜방에서 썩은 젊은 나날은 누가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가?
강하늘과 이정우가 아니었다면 신파 내지 계몽영화가 될 뻔했다. 둘은 멋진 조화를 이루며 김장감있게 극을 이끌고 간다. 굳이 두 사람중에 한 사람의 손을 들라면 근소하게나마 강하늘의 승이다. 이유는 단하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연기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실제로 강하늘이 연기한 인물은 제각각 다르다. 엘리트 회사원에서 감미로운 목소리의 가수, 그리고 지방의 양아치와 최근엔 경찰까지. 군대 다녀온 후 그는 또 얼마나 또다른 매력을 뿜어낼까? 괜히 잊혀질까 고민하지 말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다녀오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