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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네스 로너건 감독, 미셸 윌리엄스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긴장감으로 손에 땀이 흥건하게 베이고 어깨가 뻐근했다면 그 영화는 대성공이다. 게다가 살인장면 하나도 없이. 주인공은 등장부터 우울하다. 말은 예의있게 하지만 얼굴은 톡 건드리기만 해도 주먹을 날릴 것 같은 험악함이 짙게 풍긴다. 아니나 다를까 욕설이 튀어나오고 바에서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폭력에 휩싸인다. 대체 이 사내에세는 무슨 속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케네스 로너건은 절대 서두르지 않고 한꺼풀씩 비밀을 들추어낸다.
끔찍한 실수로 아이 셋을 몽땅 불에 태워죽이고 이혼후 쫓기듯 동네를 떠나 잡역부로 살아가던 어느날 심부전증을 앓던 형의 죽음으로 다시 고향에 돌아온다. 형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고 전혀 예기치 않았던 후견인을 맡게될 처지에 놓인다. 티격태격 둘은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한다. 서서히 자신에게 감추어져있던 슬픔과 고통을 꺼내 조금씩 조금씩 그 아픔을 치유해간다.
당신이 겪은 고통은 아무도 모른다. 어떤 방법으로도 완벽하게 치료될 수 없다. 결국은 시간만이 해결이다. 문제는 흐르기를 기다리기에는 너무도 멀고 길다.
덧붙이는 말
형의 죽음을 확인하고 담당 의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순간 다른 세계로 빠져든다. 걸작의 탄생을 알리는 명 장면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시간교차가 돋보이는 영화다. 곧 현재와 과거가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어 보는 내내 심장이 조마조마하다. 자칫 어수선하게 보일 수도 있던 편집을 깔끔하게 조화시킨 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동시에 큰 영감을 얻었다. 소설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기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