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밖 경제학 - 도쿄대 교수가 알려주는 경제 이론 속 삶의 지혜
야나가와 노리유키 지음, 유나현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여기 앞날이 창창한 학생이 있다. 학부는 카이스트를 나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다. 아마도 그는 박사과정에 진학하거나 유학후 교수가 되거나 아니면 졸업후 대기업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다. 소위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조건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사제폭탄을 만들어 보온병으로 위장하여 지도교수 방 입구에 갖다놓았다. 다행히(?) 교수는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지만 학생은 구속되어 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왜 빛나는 미래를 뒤로 하고 어두운 터널로 들어갔는가?

 

매일같이 가는 단골식당이 있다. 주로 돈가스 덥밥을 먹는다. 가끔 국수도 먹는데 최근에는 덮밥과 미니 메밀국수를 곁들인 세트를 즐겨 시킨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그런데 어느날 옆에 다른 식당이 문을 열었다. 친환경 김밥집인데 밥뿐만 아니라 국수도 판다. 한번 가볼까 했지만 마음뿐이다. 괜히 미안하고 또 조금 비싸기 때문이다. 좋아봤가 얼마나, 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달랜다. 그러나 한가지가 찜찜하다. 단골가게의 음식을 먹고나면 늘 배가 살살 아프다. 어떤 날에는 설사를 심하게 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조미료를 많이 쓴 것 같다. 자, 이미 익숙해진 단골을 버리고 새 식당에 가서 도전을 해보느냐? 아니면 그냥 예전처럼 먹던 걸 먹느냐?

 

앞에 소개한 연세대학교 대학원생과 다음에 언급한 나는 똑같은 고민에 빠져있다. 곧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있다. 학생은 참느냐 터트리느냐, 나는 단골에 계속 가느냐 새 식당에 들르느냐? 두 사례의 공통된 문제는 선택을 둘로 좁혔다는 데 있다. 곧 3의 길 혹은 4의 방법을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물론 닥치면 지도교수가 생사를 쥐고 있으니 다른 수가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가. 나 또한 마찬가지다. A식당과 B식당 외에 다른 초이스는 왜 고려하지 않는가? 나는 결국 집에서 만들어먹기로 했다. 상황이 다른 분이라면 구내식당을 이용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연세대학생은 학교를 그만두었을 수도 있다. 당장은 죽을 것 같겠지만 자신의 역량을 볼 때 크게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감옥에 가는 거 보다는.

 

야나가와 노리유키가 <강의실밖 경제학>에서 소개한 단골식당 이야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을 정리했다. 경제학의 기회비용을 이처럼 명확하게 사례를 들어 알려준 예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딱히 경제학에 관심이 없더라도 자신의 처지를 음미하며 읽어보면 어떻게든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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