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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주자의 고독
토니 리처드슨 감독, 마이클 레드그레이브 외 출연 / 카누(KANU) / 2017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달리기는 원초적인 감정이다.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더라도 푸른 평원에 서면 마구 뛰고 싶어진다. 그러나 잡히지 않기 위해 달리는 사람도 있다.
<장거리 주자의 고독>은 타이틀을 보면 왠지 고독한 느낌을 주는 육상영화같지만 사실은 사회성 짙은 드라마다. 공영주택에서 돌아가시기 일보 직전의 아버지와 어린 두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주인공, 변변한 직업도 없이 친구와 동네를 돌아다니는게 일의 전부다. 그러다 빈 자동차에도 손대고 급기야는 공장의 현금을 털기에까지 이른다. 범법자로 가는 지름길에 올라선 그는 결국 경찰에게 걸려 소년원에 보내지고 그곳에서 뜻밖에 달리기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한다. 체육 특기생을 내세워 출세하려는 소년원장은 그를 주목하고 드디어 사립 고등학교 학생선발팀과 중거리 경주를 하게 되는데.
쭉 줄거리를 늘어놓고 보니 조금 장황한 느낌이 든다. 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직접 보면 적절한 플래시백으로 긴장감을 높여간다. 마치 내내 나 또한 달리고 있는 느낌이 든달까? 그 이유는 직접 달려본 사람이면 안다. 달리기에 자신이 붙으면 러너스 하이를 느끼게 되는데 이는 일종의 무중력 상태와 같다. 온갖 잡생각, 주로 나를 괴롭히는, 이 마구 떠오르다가 어느 순간 모든게 사라지고 진공으로 빠져든다. 아무리 주변이 시끄러워도 고요함과 평온만이 나를 지배하는. 이 영화는 달리는 사람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기가 막히게 표현해내고 있다. 알고 보니 원작도 있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어떻게 러너들을 묘사했는지 보고 싶어 미치겠다.
아, 마지막 번전은 정말 놓치면 후회한다. 일부러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직접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