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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두렵지 않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전화윤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글쓰기는 말하기보다 천만배쯤 어렵다. 해 본 사람은 안다. 빈 공책을을 펼쳤을 때의 공포감 혹은 노트북 한글 프로그램의 껌뻑이는 커서를 보며 느낀 중압감을 아는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가 하는 말을 녹음해서 글로 푼다면 낫지 않을까? 대담집은 바로 글보다 말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물론 아무나 하는 건 아니다. 이른바 좀 유명해야 한다. 문제는 말은 잔뜩 풀어놓았지만 그롤 옮기고 보니 횡설수설하고 무슨 말인지 모를 경우다. 머릿속에 든 게 없으면 말이든 글이든 엉망진창이니까. 그럴 땐 각색을 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책이 대부분 그렇다. 굳이 박근혜 씨를 들먹이지는 않겠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는 다치바타 다카시가 죽음이라는 주제로 쓴 글을 대화로 풀어 쓴 책이다. 글이란 아무래도 서론, 본론, 결론 식의 논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지만 대답은 평소 궁금한 것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훨씬 이해가 쉽다. 따라서 이런 류의 책은 대답하는 이보다 물어보는 사람이 요령있고 재치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질문자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행했다.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부터 죽음의 실체와 마음가짐까지.
죽음은 하나의 과정이다. 아무리 즉사를 하더라도 혹은 자살을 하더라도 일정한 단계를 밟게 마련이다. 의식이 흐려지고 호흡이 느려지며 심장이 멎는다. 암환자도 마찬가지다. 죽음의 순간은 어떤 경우든 비슷한 패턴을 되풀이한다. 물론 이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내가 없어지면 사망을 인식할 주체가 사라지니 걱정이나 고민은 죽음 직전까지만 유효하다. 곧 죽고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의 단계에 들어가지 전에 믿음직한 사람에게 자신의 사전 혹은 사후처리를 맡겨야 한다. 기약없이 식물인간상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중병일 경우 치료보다는 치유를 선호한다. 곧 고통없이 남은 나날을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장례를 포함한 사후관리는 최대한 단순하게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화장후 산 나무밑에 뿌려주기를 희망한다. 굳이 무덤을 만들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