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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이타주의자 - 세상을 바꾸는 건 열정이 아닌 냉정이다
윌리엄 맥어스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평점 :
직관을 이겨내기란 매우 힘들다. 며칠을 굶은 얼굴로 다가와 한푼만 보태달라고 하는데 천원짜리 한장쯤 건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알고보니 그 사람은 같은 수법으로 수억원을 모아 떵떵거리고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난한 이를 늘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기껏해야 천 원인데.
윌리엄 맥어스킬은 이런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준엄하게 꾸짖는다. 왜 즉흥적으로 남을 도와주는가? 과연 내가 주는 돈 천원이 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도움을 주고, 또 얼마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 게다가 뒤에서 혹시 조정하는 세력이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 피곤하군.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우리를 지배하는 법칙의 오류를 사례로 들어 증명한다. 동남아시아에서 하청기업을 둔 다국적 기업의 물건을 사는 것이 도리어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된다든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소비는 별로 영향이 없으니 대신 대기업의 탄소상쇄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식이다. 얼핏보면 매우 합리적인 선택같아 보이지만 속내는 철저히 공리주의적 시각을 담고 있다. 곧 효율이 형평보다 매우 소중하다는 말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감정적이다. 이성은 후차적이다. 우루루 열정에 몰려 문제에 다가가는 것도 문제지만 합리적 머리만 내세워 모든 트러블을 해결하려는 시도 또한 어리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