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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는 죽어야 한다
파올로 타비아니 외 감독, 지오반니 아르쿠리 외 출연 / 에스와이코마드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내가 처음 쓴 소설의 제목은 <다이어트클럽>이다. 스티븐 킹의 단편(금연주식회사)에서 모티브를 잡아 썼다. 등장인물만 정해놓았을 뿐 대략적인 줄거리는 생각하지 않고 그날 그날 정해진 분량을 써나갔다. 힘들었다. 그럼에도 매일 정해진 시간 책상 앞에 앉아있는 훈련을 하는 셈치고 꾸역꾸역 자판을 두들겼나가던 어느날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캐릭터들이 움직여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나갔다. 그 순간부터 내 손은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순식간에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나갔다. 진정한 창작의 기쁨을 맛 본 것이다.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마법같은 영화다.교도소를 배경으로 세익스피어의 시저 연극을 한다는 발상부터가 기발하다. 더욱 놀라운건 실제 재소자와 범죄자들이 출연한다는 것. 여기까지만 해도 과연 천재 감독이라는 찬사를 받을만한데 진짜는 따로 있었으니 어느 지점부터 인물들이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짜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연출이 별도로 필요없는 펄떡거리는 대사들이 관객들을 극치의 카타르시스로 몰아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