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주변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이 많았다. 대단한 명문대학도 아닌데 굳이 출신지역을 버린 이유가 궁금해 친해진후 물어보았다. 대답은 한결같았다. 야, 아무리 대단한 학교라도 서울 똥통보다 못해. 그리고 얼마나 답답한데. 글쎄? 난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살면서 그들의 심정을 알게 되었다. 비록 서울과 맞닿아 있는 인천이었지만 지방은 역시 갑갑한 곳이었다. 심지어 트브이 뉴스에서 지역소식을 알려주는 것도 낯설었다. 역설적으로 나는 지방에 사는데 왜 죄다 보여주는 곳은 서울인지 의아했다.
미국에서 성인으로서의 독립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시작된다. 대부분은 동네 주립 대학에 가거나 바로 일자리를 얻는다. 아주 우수한 극소수만이 이른바 좋은 대학에 입학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엘리트들은 자신이 자란 동네를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스탠포드 인근에 거주하던 학생은 아무리 실력이 빼어나도 그곳이 아닌 머나먼 하버드로 가고 싶어한다. 반대로 마찬가지다.
컬리지 로드 트립은 입학을 앞두고 대학 탐방을 하는 영화다. 늘 곁에 두고 싶어하는 아빠와 어서 뻘리 독립하고 싶어하는 딸간의 아웅다웅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물론 갈등도 있지만. 멀리 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드느건 돌아올 곳이 있다는 확신때문이라는 뻔한 결말이지만 보는 내내 흥미롭다.